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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간독>(諺簡牘)과 한글 편지를 통해 본 근대의 풍경
초록
19세기 중반 이후 서울과 전주를 중심으로 유통된 방각본 <언간독>(諺簡牘)은 한글 편지 쓰기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한 한글 편지 규식집이다. 방각본 <언간독>은 상업적 유통을 목적으로 발간된 것으로서 한글 편지를 둘러싼 실정(實情)과 한글 편지에 대한 당대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언간독>은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 혹은 편지의 주제에 따라 사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존의 한문 및 이두 규식집의 영향을 받은 ‘상편’과 달리 여성 필자의 편지 규식을 담은 ‘하편’은 기존 규식서의 영향을 덜 받은 대신 실제 통용되는 편지의 보편적 사례들을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언간독>의 사용자들은 기존에 제시된 양식을 적절히 조합하거나 변형하여 사용함으로써 목차에 포함되지 않은 유형의 편지를 쓸 때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언간독> 상편의 규식 중에는 상인(商人)이라는 특정 직업군이 활용할 수 있는 규식이, <증보언간독>의 하편에는 하층민을 위한 규식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이동윤(李東允, 1727~1809)의 <예향>에 등장하는 예향이나 이옥(李鈺, 1760~1815)의 <심생전>에 등장하는 중인의 딸과 같이 중하층의 여성들이 능숙하게 한글을 구사하고 한글 편지를 쓰는 장면이 이전 시기인 18세기의 소설 속에서 산견되기도 한다. 이로 볼 때 <언간독>은 조선 후기의 상층, 중간층, 하층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한글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대등한 위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상징적 장(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신분과 성별의 평등을 지향하는 근대 사회를 예비하는 면모라 할 수 있다. <언간독>은 편지틀 또는 편지책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전해지는 <언간독> 자료에는 편지 구절을 써 본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언간독>이 제한된 구성 내에서도 사용자의 호응을 얻으며 편지 교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언간독> 연구가 <언간독>을 독립적인 자료로 취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앞으로의 연구는 <언간독>의 실제 기능과 활용 양상, 한글 편지와의 관계 등에 주목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키워드
- 제목
- <언간독>(諺簡牘)과 한글 편지를 통해 본 근대의 풍경
- 제목 (타언어)
- A manifestation of modernity in Eongandok and Hangeul letters
- 저자
- 최지녀
- 발행일
- 2019
- 저널명
-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 호
- 39
- 페이지
- 223 ~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