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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에서 노인 여성의 형상과 역할: <팥죽할멈>과 <마고할미>에서 일상 세계의 기호로서의 ‘할머니’
초록
이 논문은 구비문학에서 여성 노인에 대한 연구가 취약하며, 그마저도 ‘대모신’ 연구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에서 출발한다. 본 연구는 종교(민속)의 논리 대신 내재적 관점(등장인물과 이야기 생산자-참여자의 관점)에서 ‘할머니’와 그 세계를 파악함으로써 ‘할머니는 어디에 있으며(2장), 무엇을 하는가(3장), 그리고 그 효과는 무엇인가(4장, 5장)’ 밝히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할머니가 스토리 세계에서 주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팔죽할멈>과 <마고할미>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이 두 이야기 유형과 비교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다자구 할머니>를 참조한다. 이 두 이야기에서 여성 노인은 비교적 제한된 이동성을 보인다. 그들은 집과 마을 혹은 일정한 장소에 오랜 시간 존재한다. 그들은 한 곳에서 지속적, 습관적 행위를 하며, 그 과정과 결과가 세계에 구현되어 남는데, 여기에서는 이를 ‘두터운 침전’이라 명명한다. 이때 시간은 그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관계를 만들고, 지형물을 형성한다. 팥죽할멈은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수여하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사물들을 협력하게 하고 결국에는 호랑이를 물리친다. 마고할미는 거인신, 창조신 등으로, 신성한 자질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지만 그녀는 초월적 능력이 아닌, 몸을 토대로 하는 노동과 일상적 배설 행위를 통해 창조를 행한다. 이들은 습관적, 반복적 신체 활동, 즉 물질성에 기반해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자연을 바꾼다. 여성 노인이 주되게 등장하는 이 두 설화에서 보건대, 이들은 오랜 시간 살아온 장소를 바탕으로, 자신의 육체를 통해 물질과 자연에 작용을 가한다. 할머니는 대상과 긴 시간 관계를 맺으며 대상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소극성/적극성의 구분을 해체하기에, ‘하지 않으나 하는 존재’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두 설화에서 여성 노인은 일상 세계에 존재하면서 물질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바꾸는 일상성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 제목
- 구비문학에서 노인 여성의 형상과 역할: <팥죽할멈>과 <마고할미>에서 일상 세계의 기호로서의 ‘할머니’
- 제목 (타언어)
- The Representation and Role of Elderly Women in Oral Literature: Grandmothers as Symbols of the Everyday World in Patjuk Halmeum and Mago Halmi
- 저자
- 류정월
- 발행일
- 2024-12
- 저널명
- 구비문학연구
- 호
- 75
- 페이지
- 125 ~ 154